유희왕

[ARC-V/반역조] 엑시즈차원에 있었을 적 조각글

£루네이트 2015. 8. 16. 00:25

고요한 새벽. 황폐한 거리를 밝히는 건 보름달 뿐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잿빛으로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 눈을 감으면 선명했던 옛 도시의 모습도 이제는 흐릿한 잔상이 되어버렸다. 전쟁이 앗아간 온기의 부재는 소년의 숨을 하얗게 부셔버리도록 만들었다. 망토를 여미고 머플러를 당겨봐도 사라지지 않는 한기(寒氣)는 지금 그 무엇으로도 소년을 달래줄 수 없었다. 한때 사람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던, 하지만 지금은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시가지의 중심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세고 있었다.
본디 소년은 상냥한 성격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싸움에서는 승자와 승자가 나올 수가 없다. 반드시 승자와 패자로 나뉘여지는 그 결말이 싫었다. 그런 소년에게 전쟁이 남기고 간 것은 지독한 절망.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 그 단순명료한 잔인함은 소년의 웃음을, 온기를 앗아갔다.

또 여기 있었던 거냐, 유토

약간의 힐난 섞인 목소리로 질책한 청년이 소년의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섰다. 날카롭게 빛나는 눈과 언제라도 달려나갈 듯한 기백을 뿜는 자신의 동료. 겨우 한 명이 붙은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온기에 소년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단단하게 서 있는 동료는 소년을 싸우게 하는 원동력. 더 이상은 잃고 싶지 않은 온기. 아직 남아있는 희망을 위해 자신은 싸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전쟁터를 바라보며 갖는 생각은 다들 비슷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잿빛의 풍경을 담는 소년의 고요한 눈동자를 청년은 무심히 바라보고 자신 또한 그 풍경을 눈동자에 새기듯이 바라보았다.

슌, 꼭 살아 남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유토

서로를 위한 무거운 약속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한 고백. 하루하루를 뼈에 새기듯 남기는 다짐. 차갑게 죽어버린 세상에 아직 꺼지지 않는 불꽃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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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중 한 불꽃은 꺼... 아이고 유토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반역조 글 읽음 + 늦은새벽감성으로 퇴고도 많이 안 걸치고 올렸던 글(원래 곰손+퇴고존나오래거림, 읽고 또 읽고 반복이라 뭐 하나 각 잡고 쓰면 엄청 오래거림ㅋㅋ 지금 거의 4년 동안 썩고 있는 글도 있음ㅋㅋㅋ)
개인적으로 우울한 세계관 엄청 좋아해서 전쟁 후 피폐해진 반역조의 이런 일상 좋다.. 헤헤..
좀 슌유토슌 이런 분위기 나는데 이렇게 보는 사람은 그렇게 봐도 됨. 일단 난 넓은 의미로 모호하게 묘사함.

근데 중요한 건 아크파이브 제대로 본 적 없음. 맨날 리뷰 보면서 대충 파악하고 있음ㅋㅋㅋㅋ 언제 각 잡고 보고 싶은데ㅠ 사실 오룡즈 팔 때도 1기만 제대로 봤고 그 후는 리뷰로... (이놈의 귀차니즘)
현재 최애가 유고라 유고 나오는 장면은 빠짐없이 봤는데(...), 유토는 본 적이 없엉.. 미안, 유토ㅋㅋ 유토 나오는 부분만 봐 볼까? 앞으로 나올 일이 없으.... 유토야ㅠㅠㅠㅠㅠ
근데 슌 몇 살? 일단 겉모습이 청년 같아서 청년이라 썼는데... 아무도 슌의 나이를 몰라;;

반역조 크게 관심 없었는데 볼수록 매력 터지는 듯. 전쟁이란 건 정말 있어선 안 되고 남는건 참혹함 뿐이겠지. 그래서 그 분위기가 좋아 몇 번 더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