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X/유세쥬다] 괴물(怪物)
※ 고어주의
“아으… 아… 아… 쥬다이씨…”
강한 손아귀로 도망가지 못하게 허리를 붙잡고 어깨에 머리를 비비며 나지막한 신음을 흘린다. 아, 벌써 밥시간인가. 안정감마저 느끼는 단단한 팔뚝을 어루만져 본다. 도망을 갔다면 진작 갔을 것이다. 앞으로 평생 네 곁을 지키겠노라 맹세했지만 매번 불안한 모양인지 밥시간 때마다 단단히 나를 붙잡는 너의 간절한 속박에 나는 그저 웃는다.
“자, 유세이. 어서 먹어.”
여러 번 당긴 탓에 늘어난 티셔츠의 목 부분을 당기며 새하얀 속살을 내비쳤다. 목 메인 신음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이러한 행위를 수차례 해왔음에도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되었어도 여전히 너는 상냥한 아이구나.
“어서 먹으렴, 나를.”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핏방울이 허공에 튀어 오른다. 점멸하는 의식 속에서 너의 흐느낌을 듣는다.
―이것이 나와 유세이의 평범한 일상이다.
* * *
세상은 망가졌다. 어디서부터 망가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다들 본능적으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나는 그런 혼란 속에서 유세이를 만났다. 깨진 틈사이로 빛이 쏟아져 내리는 어두운 다리 밑, 검붉은 피 웅덩이의 중심에서, 게걸스럽게 파먹느라 잔뜩 헤집어진 시체위에서, 피범벅이 된 손과 입을 가진, 울고 있었던 푸른 청년. 부조화를 담은 한편의 명화 같았던 순간, 그 때 그 순간을 나는 여전히 잊지 못한다. 서로 눈이 마주친 그 이후부터 우리는 함께 살기 시작했다.
유세이는 언데드이다. 일정한 간격 내에 사람의 피와 살을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썩기 시작하고 점차 난폭해져 필요이상의 죽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었다. 본래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언제부터 언데드가 된 건지 자신도 잘 모른다고 하였다. 그저 커다란 폭발음 후에 깨어나 보니 언데드가 되어 있었다고 했다. 평범한 유세이였기에 사람을 죽여야 하고, 심지어 사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커다란 공포였을 테다. 처음에는 그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참다가 더 크게 벌어진 참혹한 결과를 보고 죄책감에 휩싸여 울었겠지. 아니, 울었을 거다. 상냥한 아이니까. 내가 경험해봤으니까 알 수 있다.
나는 언데드가 아니다. 사람의 피와 살을 먹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단어가 내게 들어맞는 단어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몇 번이나 유세이에게 먹히고도 멀쩡히 살아있는 걸 보면 말이다. 나의 삶에 있어 진정한 죽음이란 없다. 한순간의 죽음도 잠깐의 잠에 비유될 정도로 내겐 영원한 삶 밖에 없다. 나는 유세이에게 화수분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유세이에게 한정되지 않고 모든 언데드에게 있어 나는 탐욕이 나는 존재일 것이다. 불행히도 나와 만나지 못한 건 인연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단순한 우연에서 시작한 만남이 내가 선택함에 따라 인연으로 바뀌어 여기 이렇게 존재하게 되었다.
“잠깐, 지금이 몇 시지?”
벌써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기본적으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잠시 필요한 물품을 구하겠다며 외출을 하고선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어디선가 폭주해서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되었다. 유세이에겐 내가 있는 걸. 내가 있는데 다른 녀석들을 먹을 리가 없어. 내 곁을 떠날 수 없다고, 절대로―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깨물며 방안을 서성이다가 직접 밖에 나가서 찾아보기 위해 겉옷을 집어든 순간,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거기에는 고개를 내린 채 불규칙한 호흡을 하고 있는 유세이가 있었다.
“왜 이제야― 윽!!”
“하아… 하아… 으으으… 으으… 으아….”
유세이에게로 달려가려는 나보다도 더 빠르게 달려와 나를 넘어트린 유세이는 끊어질듯 말듯 불안한 신음을 이어가며 손톱을 세웠다. 검게 뒤덮여 버린 흰자는 폭주의 증거. 살기 위해 먹어야한다는 본능만이 남아 망설임 따윈 없는 거친 손길로 옷을 찢어버렸다. 인육에 대한 갈망과 광기로 가득 찬 눈빛으로 웃으며 내려다보는 시선을 그대로 마주한 채 나는 가만히 누워 있었다.
“―――!!!”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닌데, 역시 맨 정신으로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건 언제나 아팠다. 너무 커다란 고통에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비릿한 쇳소리를 긁으며 무언의 비명을 내질렀다. 덜덜 떨며 공기에 노출된 장기들의 팔딱거림을 그대로 느꼈다. 방 안 가득히 퍼지는 강한 혈향. 귓가에 선명히 내려꽂히는 살아있는 싱싱한 장기를 게걸스럽게 먹는 소리. 아득해져 오는 정신을 간신히 다잡고 남은 힘을 쥐어 짜 고개를 살짝 들어 보았다. 맛있게 먹다가 나의 행동을 기민하게 알아차린 모양인지 내장을 양 손으로 든 채 유세이도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창문 너머로 스며들어오는 달빛과 새까만 어둠 아래, 검붉은 피 웅덩이의 중심에서, 잔뜩 헤집어지고 벌어진 나의 몸뚱어리 위에서, 피범벅이 된 손과 입을 가진, 웃고 있는 붉은 청년. 완벽한 조화를 이룬 한편의 명화 같은 순간, 이 때 이 순간도 나는 잊지 못하리. 그것을 마지막으로 나의 정신은 완전히 끊어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져 있었다. 반사적으로 배에 손을 얹어 보았다. 역시나 멀쩡히 복구된 몸뚱어리. 종종 유세이는 자신을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진짜 괴물은 나다. 마치 어제 일은 신기루였던 것만 같은 기묘한 기분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부엌 쪽에서 나온 유세이가 깨어난 나를 보고 놀라 한걸음에 다가왔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안절부절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 아프지 않는지, 열은 없는지 체크를 하고선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 내게 새우튀김 덮밥을 내어주었다. 내가 새우튀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나서 항상 폭주한 후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특식을 내주곤 하였다. 눈앞의 음식에 한번, 그리고 옆에 있는 유세이에게로 한번 눈길을 돌려보았다. 다시 하얗게 돌아온 흰자위, 그리고 다시 상냥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음식이 담긴 쟁반을 침대 옆 선반에 올려두고 유세이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읍―?! 자, 잠깐만요, 쥬다이씨. 지금 빈 속이실텐데 밥 먹고…….”
당황해하며 나를 설득하려던 유세이도 자신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키스에 집중하는 나의 뻔뻔스런 기세에 결국 넘어가 응해주었다. 오랜 시간동안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고 이내 나의 어깨 위로 날카로운 이가 아닌 부드러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몸 이곳저곳을 만지며 달래주는 커다란 손을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앞으로 영원히 네 곁을 지킬 거야. 너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생각했어. 유세이, 나와 영원히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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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드디어 유세쥬다 썼다. 근데 첫 글부터 고어라니... 좋은데?
영생의 존재인 쥬다이와 언데드인 유세이라... 세상 끝까지 이 둘만 살아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물론 쥬다이 의도도 그거고. 기울림체로 써진 부분은 쥬다이의 본심, 집착을 의미하겠지.ㅎㅎ